Page 39 - 에코힐링 11호(201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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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좋아하게 된 아이 아이들은 어떤 숲에서
“남편과 저는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캠핑을 무척 놀 것인지 스스로 결정한다.
좋아해요. 세하가 어렸을 때부터 국내 웬만한 캠핑장은 다 다녀봤어요. 아이에 인천대공원 안에는 아이들만
게도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좀 다르더라고요. 장난감도 없고, 곤충도 많 놀 수 있는 유아숲체험원이 있어
아 오히려 세하는 놀이동산을 더 좋아했어요. 물론 멋진 경치를 보면 아름답다 아이들 대상의 놀이 시설이
고 말하긴 하는데 딱 거기까지 였죠. 저희도 숲에서 아이와 어떻게 놀아야 할 지 마련돼 있다.
잘 몰랐던 거 같아요.” 으스스숲, 연못숲, 나무놀이터숲 등
숲유치원 입학 후 아이의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이 놀랍고 고맙다는 이민경 씨. 아이들이 이름 붙인 숲 중에서
하지만 숲유치원을 보내는 게 학부모입장에서는 만만치 않다고 한다. 매일 아침 투표로 결정한다.
9시와 오후 2시에 아이를 데리러 와야 하고, 중간에 먹을 도시락이나 간식도 엄
마의 몫이다. 특히, 빨래감이 정말 많아졌다고 한다. 숲에서 놀다 보니 옷에 진흙 잎 클로버를 발견해 친구에게 선물하는 가하면, 떨어진 나무
이 잔뜩 묻는 건 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모든 수고를 즐겁게 감수하는 건 바로 열매를 주워 선생님에게 물어 보기도 한다. 또 아이들이 직
세하가 행복하고 밝아졌기 때문이다.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하는 세하는, 숲 접 가꾸는 텃밭도 마련돼 있다. 김은숙 숲유치원 원장은 텃
유치원에 다니면서 더욱 자신감 넘치는 아이가 됐다. 밭 가꾸기가 아이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이
“선생님들이 정말 세심하게 아이를 관찰하고 파악하시는 거 같아요. 세하의 특 된다고 한다. “아이들 성격이 모두 다르듯 각자 텃밭도 각양
기를 알아보시고 아이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출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시거든요. 각색이죠. 열심히 잡초를 뽑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무심하게
또 식물, 곤충 등에 대해 호기심이 많아져서 스스로 알아보고 저에게 알려주죠. 하는 아이도 있어요. 하지만 절대 강요하진 않아요. 열심히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참 예쁘고요.” 가꾸면 그만큼 맛있는 상추나 고추를 수확한다는 걸 자연스
숲에서 마음껏 놀며 배우는 아이들 럽게 배우게 되기 때문이죠.”
오전 9시 숲유치원에 도착한 아이들은 어떤 숲에서 놀 것인지 스스로 결정한다. 간식 시간이 끝난 후, 아이들은 각자 자유롭게 논다. 세하도
인천대공원 안에는 아이들만 놀 수 있는 유아숲체험원이 있어 아이들 대상의 놀 친구들과 나무 그네를 타거나, 나뭇가지로 무언가를 열심히
이 시설이 마련돼 있다. 으스스숲, 연못숲, 나무놀이터숲 등 아이들이 이름 붙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김은숙 원장은 일부 엄마들이
인 숲 중에서 투표로 결정한다. 숲으로 이동하는 길도 아이들에겐 놀이터다. 네 숲에서 배운 내용을 학습과 연결시켜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있
어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날 숲에서 배운 걸 물어보고 관련
38 된 책을 억지로 읽게 하는 건 숲교육 취지와 반대되는 경우
입니다. 자칫 숲놀이 조차 흥미를 잃을 수 있거든요. 물론 아
이가 스스로 공부를 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절대 강요해선
안됩니다.”
수업이 마무리 될 무렵, 신나게 뛰어 논 세하의 얼굴이 무척
밝다. 나뭇잎으로 책을 만들어 도서관 놀이를 한 게 가장 재
미있었다며 웃는다. 민경 씨 역시 세하가 밝은 표정으로 재
잘재잘 이야기하는 걸 귀담아 들으며 자연스레 행복의 미소
를 짓는다.
“얼마전 참관수업을 했어요. 선생님들이 고생을 많이 하시더
라고요. 그냥 바라만 봤는데도 무척 피곤했거든요. 아이들의
말 한마디까지 다정하게 귀기울여 주시는 모습도 인상적이
었고요.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