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에코힐링 15호(2017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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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Sec1•            숲 그리고 문화  이승우 작가의 <식물들의 사생활>

      ‘치유의 숲’으로 가자  글 박종민 전북대 산림환경과학과 교수

                    출처 한국산림문화대계 Vol. 4 <한국 근, 현대소설 속의 산과 나무>

                    인간의 삶을

                    식물에       산림은 숲과 나무를 통해 심리적 안정과 정신적 만족감을 주고
                    투영하다      수많은 신화와 설화 그리고 문학이 탄생하게 함으로써 문화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즉 숲과 나무는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것.
                              식물과의 교감을 통해 삶을 그려낸 <식물들의 사생활> 작품 분석을 통해
                              산림의 문화적 가치를 살펴본다.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은 2000년에 발표된 장편소설로 식물과의 교
                                                 감을 통해 인간의 삶을 식물에 투영하려는 시도를 한 작품이다. 진심으로
                                                 식물들에게 말을 걸면 식물들도 화답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때의 ‘식물’을 ‘사랑’으로 바꿀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삶이라는 것이
                                                 나무와 벌레 사이, 수성(水性)과 수성(戰性)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긴
                                                 장의 연속임을 알려주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나무 자체
                                                 가 인간이 지닌 욕망의 상형문자임을 알려준다. 그래서 훼손되거나 좌절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욕망을 멈출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작품의 제목이 기도 한 ‘식물들의 사생활’이란 ‘나무가 된 사람들의 숨겨
                                                 져 있던 사랑의 비밀’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여자와 남자 사이의 문제뿐만 아니라,인간과 인간, 자아와
                                                 타아, 자아와 세계 사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랑의
                                                 축을 중심으로 겹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즉, 화자인 ‘나(기현)와 형(우현) 그
                                                 리고 형의 애인인 순미’의 관계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첫사랑
                                                 남자’의 관계가 각각 현재와 과거 속에서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 이들의
                                                 사랑은 어긋난 사랑이거나 위험한 사랑이다. 그래서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 회한과 원망을 남기게 된다.

                    날이 밝으면 나는 형을 데리고 남천에 갈 것이다. 남천에는 순미가 있다. 그녀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이
                    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처럼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녀는 형을 사랑한다. 어머니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녀는 형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순미가 나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본문 273P)

                                                 35년 만에 어머니와 병든 몸으로 돌아온 어머니의 첫사랑은 야자나무 아래
                                                 서 재회를 하고, 남자는 숨을 거둔다. 여기에서 야자나무는 절실한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또한 그들이 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 종국에 그들을
                                                 나무로 변신하게 한 것이다. 그래서 영원성을 가지게 한다. 다음은 기현이
                                                 순미에게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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