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에코힐링 15호(2017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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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으로 가자
이 글에 묘사된 두 그루의 나무는 이른 바 연리목이다. 연리목(連理木) 또
는 연리지(連理技)는 남녀 간의 긴밀한 사랑을 상징하는 것인데, 여기에
서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가 변해서 연리목이 되었다. 여기에서 등장
하는 나무로의 변신(變身)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여러 변신 이야기와 연
결되어 있다. 그리스신화에는 에로스의 장난 때문에 아폴로 신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는 요정 다프네가 월계수나무로 변신한 이야기, 반인반수
인 판 신과 북풍의 신 보레아스와의 삼각관계에서 소나무로 변신한 피튀
스의 이야기,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삼각관계의 희생물로서 아네모네 꽃
으로 변신한 아도니스의 이야기, 편도나무로 변신한 퓔리스의 이야기, 오
랑캐꽃으로 변신한 아이의 이야기, 판 신과 갈대로 변신한 쉬링크스의 이
야기 등이 있다. 꽃이나 나무로 변신한 것은 신들의 장난이나 탐욕에 의
해 요정들과 인간들이 희생된 결과이다. 다행인 것은 못다 이룬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 신들은 사랑의 대상을 나무나 꽃으로 변신시켰다
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평소에 서먹서먹했던 아버지와 아들의 사이가
숲속에서 끈끈한 부자의 정을 표출하는 또 다른 정서변환의 형태를 볼 수
있다. 기현이 휠체어를 타고 나간 형(우현)을 찾으러 숲으로 갔을 때의 상
황이다.
검은 숲의 고요는 그 곳으로 걸어 들어온 애초의 목적을 잊어 먹게 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숲 자
체가 하나의 거대한 물푸레나무였고, 숲 자체가 이미 깊고 어두운 동굴이었다. (중략) 아버지는
밑동이 굵은 나무에 기대앉아 있었다. 형은 그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워있었다. 아버지는 형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중략) 그날 아버지의 정원에서 식물들과 교감하고 있는 그를 기다려야
했던 것처럼, 그 숲속에서도 나는 형과 교감하고 있는 그를 기다려야 했다. 랜턴 불빛에 더 이상
의지하지 않게 되자 어둠 속의 물체들이 희미하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나무들은 지면을 향해 가
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나뭇가지들은 흡사 우산처럼 아버지와 형을 감싸고 있었다. 나무들은 아
버지와 형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감금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중략) 나에게 사
정을 설명하면서도 아버지는 정원의 식물들에게 하듯 연신 형을 쓰다듬었다. (본문 251P)
나는 아버지 옆에 앉았다. 아버지의 겉옷이 형의 몸 위에 덮여 있다는 사실을 그 옆에 앉고서 발
견했다. 나는 내 겉옷을 아버지의 빈약한 어깨 위에 걸쳐주었다. (중략) ‘아버지!’ 나는 어느 때보
다 다정하게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는 한쪽 팔을 들어 내 머리에 올렸다. 마치 무성한 잎을 달
고 있는 나뭇가지가 머리에 닿는 느낌이었다. 그 손길을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내 몸통이 스
르르 아버지 가슴으로 쓰러졌다. 잎 무성한 나뭇가지와 같던 아버지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