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1. 에코힐링 34호(2022년 봄)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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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복지현장
소리는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기에 충분했다. 도구를 이용해 싱잉볼
그릇 표면을 살짝 두드려본 후, 그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집중했다. 편안한 소리와 섬세한 울림이 귓가에 맴돈다. 그릇을 한
번 칠 때마다 공간을 에워싸는 울림은 내면의 마음마저 고요하게
만들었다. 균형 잃은 몸과 마음이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았다. 소리
없는 울림이 내면에 흘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숲에서 걸음, 숲에서 쉼. 그리고, 숲에서의 치유
온전한 쉼을 위해 숲이 뿜어내는 다양한 치유 자원을 느껴보기
로 했다. 숲에는 햇빛, 피톤치드, 음이온과 같은 스트레스 해소
와 심신 안정을 위한 치유 인자가 많다. 국립산림치유원은 산
림청·여성가족부·환경부 등 정부 부처로부터 인증받은 다양한
김혜경 산림치유지도사
산림치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림치유지도사가 직접 내려주는 차 한 잔의 여유.
국립산림치유원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숲을 거닐다’와 ‘숲에 안 차 한 잔 마시는 동안 묵혀왔던 일상의 무거움을
기다’이다. 오늘은 이 두 가지 체험을 다 해볼 계획이다. ‘숲을 거닐 덜어내세요. 여유롭게 자신만의 시간을 온전히
다’ 프로그램을 위해 임지원 산림치유지도사는 마실치유숲길로 우 만끽하며 마음이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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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를 안내했다. 마실치유숲길에는 노약자, 아동, 휠체어 이용자 등 있습니다.”
숲, 몸속 깊은 곳까지 차오르는 충만함
우리는 지나가는 구름 한 점, 나무 한 그루를 보는 일마저 어려운 시
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분주한 일상을 사느라 지친 나에게 쉼
을 선물하기 위해 여행을 준비했다. 도착한 곳은 2016년 문을 연 세
계 최대 규모의 국가 산림치유시설인 국립산림치유원이다. 아직은
쌀쌀한 3월 초, 나무의 잎이 돋기 전인 겨울과 봄 사이의 산은 표정
도 감정도 없었다. 자유자재로 꺾여 자란 나뭇가지들은 오히려 움츠 1 차(茶) 다도 프로그램
2 싱잉볼 명상 프로그램
러든 우리의 심란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미 다 말라버린 나무
를 보고 있자니, 봄이 채 오지 않은 국립산림치유원은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을 반겨줄까 궁금해졌다. 먼저 임지원 산림치유지도사의 안
내에 따라 산림치유문화센터를 방문했다. 산림치유문화센터에서는
문화를 채우는 다도,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자연에서 얻어온 찻
잎으로 전통 다도와 다례를 배웠다. 차를 내리는 동안 오직 색(色), 향
(香), 미(味)에 집중하며, 우러 나오는 찻잎처럼 풀어진 몸과 마음을
온전히 느껴본다.
차로 따뜻하게 데워진 몸을 이끌고 싱잉볼 명상 체험실로
들어갔다. 싱잉볼은 노래하는 그릇이라는 뜻을 가진 네팔과
티베트의 전통 악기다. 그릇 표면을 문지르고, 두드렸을 때 울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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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HEALING 2022 SPRING VOL_34 10ㅣ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