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에코힐링 4호(2014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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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vol.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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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 없이 숲에서                                숲에서 받은 감동과 위로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는 김인
            새롭게 태어나다                                 자 산림치유지도사는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보다 자신을 더
                                                     들여다보고 마음의 고통을 꺼낼 수 있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숲
            “지난 모임 때 숲과 함께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에서 애칭을 지었     을 느끼고 그 느낌을 서로 나누는 데에 무게를 둔다. 질병이란 것
            었죠? 숲에 들어가기 전에 새로 지은 애칭으로 자기소개하고 숲과      이, 자기 안에 두면 고통이지만 밖으로 꺼내놓으면 든든한 힘이
            인사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되기 때문이다.
            알록달록 변신을 잘 하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에서 ‘단풍’, 봄이 되면
            가장 먼저 피어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라는 의미에서 ‘개나리’, 척박   숲에 누워 자연의 기운을
            한 환경에서 꽃을 피우는 달개비꽃처럼 살라는 의미에서 ‘달개비’, 꽃   느끼다
            도 먹고 잎도 먹고 열매도 먹는 감처럼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
            라는 의미에서 ‘단감’ 등. 애칭마다 숲 내음이 가득하다. 이처럼 예쁜  “계절마다 숲은 모습을 달리 합니다. 지금이 먹을 것도 많고 가장 풍
            애칭으로 불리는 이들은 모두 암이라는 고통을 겪었다. 절대적인 고     요로울 때죠. 다양한 변화를 느끼면서 천천히 걸어보세요. 일주일 사
            통의 무게는 다르지만 각자가 느꼈을 고통에는 경중이 없다. 그러나     이에 숲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말은 되도록
            이들의 얼굴에는 고통의 흔적 대신 비온 뒤 맑게 갠 하늘같은 상쾌함    줄이시고요. 하늘도 올려다보세요. 가을하늘이 정말 예쁩니다.”
            이 드리운다.                                  유쾌하게 산림욕 체조를 하며 숲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다음
            “도시숲을 활용한 시범사업이에요.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깊은 산속      숲에 들어섰다. 김인자 산림치유지도사가 나뭇잎 모양의 거울을 나
            의 숲에서만 진행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공원이나 도시숲에서도 숲     눠주며 콧등에 대고 보며 걷기를 권한다. 거울이 하늘을 향하면 뱀이
            의 치유효과를 누릴 수 있거든요. 서울특별시 북부병원에서 참가자를     나 개미처럼 숲의 낮은 곳에 사는 생물이 되고, 거울이 땅을 향하면
            모았고, 병원 근처의 중랑숲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인 ‘숲이좋아’의 산     새처럼 숲의 높은 곳에 사는 생물의 시선이 된다. 그렇게 보는 방향
            림치유지도사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가 암환자, 고혈     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 방향을 조금만 바
            압환자,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8주 동안 진행하고 있어요.”         꾸면 사물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다.
                                                     “내 몸의 에너지와 땅의 에너지가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의학이 발달되기 전에는 아프면 자연에 가서 눕는 것이 치료방법이
                                                     었다고 합니다. 흙은 모든 것을 감싸는 포용력이 있어요. 흙이 없으
                                                     면 씨앗이 떨어져도 또 다른 생명을 피워낼 수 없잖아요. 만물을 포
                                                     용하고 다시 생명을 피워내는 굉장한 치유의 에너지와 만나보세요.”
                                                     소나무 아래 매트를 깔고 편안하게 누워 잠시 잠을 청한다. 눈을 감
                                                     으니 숲이 속삭이는 소리에 귀가 열린다. 절에서 울리는 풍경소리,
                                                     나뭇잎 사이에서 들리는 풀벌레소리, 나무 사이를 지나는 바람소리,
                                                     그리고 곁에 누운 사람의 숨소리가 어우러져서 감미로운 교향곡이
                                                     된다.
                                                     사람들이 숲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김인자 산림치유지도사가
                                                     차를 준비한다.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황기와 대추를 넣고 끓인
                                                     차다. 주변에서 나뭇잎을 따다가 컵 받침을 만들고 도토리와 밤을 주
                                                     워와 예쁘게 장식하는 센스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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