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에코힐링 4호(2014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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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vol.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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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퇴직을 했지만 아직 더 일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일자리를 찾아보던 2004년 여름이었다. 언젠
            가부터 식후에 아랫배가 거북해졌다. 화장실을 다녀와도 개운치 않았다. 단순한 소화불량이겠거니 여
            겼는데 연말에 혈변을 보기 시작했다. 덜컥 겁이 나서 병원을 찾았다. 설마 했는데 직장암이라는 판정
            이 내려졌다. 그리고 2005년 봄에 직장암 수술을 받았다.

            암은 수술도 중요하지만 항암치료 과정을 잘 견뎌야 한다. 수술하고 2개월 뒤부터 6차례에 걸친 항암
            치료를 받아야 했다. 치료 받을 때마다 서울에 올라가서 숙소를 잡는 일이 만만찮았다. 게다가 방사선
            치료는 5주 동안 계속 된다기에 아예 병원 인근에 원룸을 임대했다. 항암치료는 무척 힘들었다. 운동이
            회복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병원 인근에 있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비록 도심의 작은 산이었지만 숲
            속에 들어가면 참 아늑하고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라앉아 좋
            았는데 조금 지나니 슬슬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책에서 ‘암은 맑은 공기를 싫어하고, 열에 약하고, 잘 먹어야 이길 수 있다’는 내용을 읽었다. 먹는 것
            은 신경 쓰면 될 것 같았다. 열은 운동하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맑은 공기는 지금처럼 꾸준히 산을 찾
            으면 될 것 같았다. 매일 등산을 하면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운동도 할 수 있고,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암치료를 모두 마치고 대전 집에 돌아온 뒤에도 꾸준히 산을 찾았다. 등산하면 확실히 스트레스가        숲해설가로 일하면서
            줄어들고, 체력이 좋아지고, 몸도 맘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산을 자주 찾자, 아는 분이 산    내가 얻은 것은
            불조심 캠페인을 홍보하고 산을 관리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 동안은 운동 삼아 산을 찾았는     그저 숲에 대한 지식뿐만이
            데, 이제는 산이 일터가 됐다. 매일매일 산을 오르다 보니 그 동안은 그냥 지나쳤던 나무 이름이 궁금해    아니다. 숲이 갖는 가치와
            졌다. 그리고 등산객에게 안내를 잘하려면 산, 숲, 나무, 풀 등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   숲을 가꾸고 보호해야 할 이유,
            다. 때마침 ‘숲해설가 협회’가 발족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게 딱 맞고 필요한 내용이라는 생각에 ‘숲해   숲과 나무가 주는 인생의
            설가 초급교육과정 1기’ 교육을 받았다.                                       교훈 등을 알게 됐다.
                                                                         숲해설가로 제2의 인생을
            나는 숲을 만나서 건강을 되찾았을 뿐 아니라 일하는 보람도 갖게 됐다. 숲해설가로서 숲의 장점과 매      살 수 있게 된 것은
            력을 설명하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신선한 반응을 보여서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들의 시선을 끌
            기 위해 여러 가지 새소리를 내는 도구도 준비했다. 그 덕에 ‘새소리 할아버지’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숲해설가로 일하면서 내가 얻은 것은 그저 숲에 대한 지식뿐만이 아니다. 숲이 갖는 가치와 숲을 가꾸
            고 보호해야 할 이유, 숲과 나무가 주는 인생의 교훈 등을 알게 됐다. 숲해설가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숲을 꾸준히 다닌 덕분인지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 암 수술 직후에는 30분도 걷기 힘들었는데, 꾸준히
            산림욕을 하다 보니 암 발병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사실이었다. 2010년 1
            월 26일에 암수술을 받았던 병원으로부터 ‘치료 성공을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

            숲은 병들고 나약한 장년으로 살았을 나를 건강하고 젊은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나는 숲      정말 큰 축복이다.
            해설가이자 ‘숲전도사’다. 주변사람들에게 숲의 장점을 알리기에 바쁘다. 언젠가부터 산이 많은 우리나
            라가 세계적인 산림산업 강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미약하나마 숲해설가로 활동하면서 우
            리나라를 산림산업 강대국으로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부심이 느껴진다. 나는 숲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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