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에코힐링 4호(2014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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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 s tfashion
자연의 빛과 감촉을
간직한 귀한 섬유
‘견’
장롱 속에 잠자고 있던 고운 빛깔의 실크 스카프가 분주해지는 가을이다.
눈부신 가을 햇살처럼 영롱한 광택, 이름 모를 꽃을 스치고 불어오는 가을바람처럼 부드러운 감촉.
가을을 닮은 천연 섬유 ‘견’은 자연이 허락한 명품이다.
writer 박향아
우리네 어머니들은 시집가는 딸을 위해 비단 옷을 지 운 빛깔을 표현하는 데도 용이하며, 탄력성이 좋아 쉽
었다. 곱디고운 딸에게 가장 귀한 것을 주고 싶은 엄마 게 구김도 가지 않는다. 게다가 얇고 가벼움에도 불구
의 마음. 예로부터 비단은 귀한 옷감이었다. 지금부터 하고 보온성까지 탁월하다.
2천여 년 전 동양과 서양을 잇는 교역로를 열어준 것 이런 특성 때문에 한복, 양장, 드레스 등 격식을 갖춰
도 비단이다. 고대 서양인들은 비단이 오고 가던 그 길 야 하는 고급 의상에 주로 견직물이 사용되어 왔다.
을 ‘실크로드’라 불렀다. 다양한 색채와 무늬의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패션의
동양에서는 비단, 서양에서는 실크라 불리며 시공간을 포인트가 되어주는 실크 넥타이와 스카프는 많은 이들
초월해 가장 귀한 옷감으로 사랑 받아온 견. 그 시작은 에게 사랑 받는 베스트 아이템이다.
누에다. 뽕잎을 먹고 자란 누에는 스스로 실을 뽑아내 하지만 견은 장점만큼 단점도 많다. 햇빛에 약해 자외
집을 짓는데 그것이 바로 누에고치. 여기서 얻은 섬유 선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누렇게 변색되고, 물과 알칼
가 단백질 75%로 구성된 견이다. 놀라운 것은 누에고 리에 치명적이어서 물세탁을 하면 특유의 광택이 사라
치 1개에서 무려 1200~1500m에 이르는 실을 뽑을 수 지고 옷감에 변형이 생긴다. 열과 마찰에 약해 디자인
있다는 사실이다. 하는 데에도 제약이 있고, 관리 보관법에도 각별하게
다른 섬유는 따라올 수 없는 아름다운 광택과 부드러 신경을 써야 한다. 실크로드 시대만큼은 아니지만 여
운 촉감 역시, 단백질로 된 견사의 특성에 기인한다. 전히 비싼 가격 또한 견의 단점 중 하나다.
실의 단면이 삼각형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에 햇빛을 견사를 뽑아내는 과정부터 의류 생산 관리까지 세심한
분산시켜 은은하고 고급스런 광택을 부여해준다. 인체 손길과 정성이 필요한 견은, 그야말로 ‘귀족 섬유’라고
와 가까운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견사로 만 불릴만하다. 이보다 까다롭고 예민한 섬유가 또 있을
든 옷을 입었을 때 사람들은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느 까. 하지만 그럼에도 견직물을 향한 사람들의 절대적
끼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견직물이 귀한 대접 인 애정은 변함이 없다. 견사의 아름다운 광택과 부드
을 받고 있는 이유를 광택과 촉감만으로 한정 지을 수 러운 촉감을 따라올 소재는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지
는 없다. 견사로 짠 견직물은 흡습성이 좋을 뿐만 아니 않는 까닭이다.
라 통기성, 보습성까지 뛰어나다. 염색이 쉬워 아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