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에코힐링 5호(2014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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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에너지가                             며 일본잎갈나무 낙엽을 손으로 만져보고, 장작을 지펴 아궁이
            응축되어 있는 겨울 숲                         에 불을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마음도 기지개를
                                                 펴는 모양이다.
            나무를 잘라보면 나이테가 빽빽하다. 나이테에 짙은 선을 더할
            이즈음의 숲은 잎을 떨구어낸 나뭇가지로 인해 차갑게 느껴진     아낌없이 주는 나무,
            다. 그러나 숲에 들어서면 그 어떤 계절보다 파란하늘을 만날    아낌없이 주는 교사
            수 있다. 추운 날씨를 견디는 숲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고, 흙
            위를 덮은 낙엽 덕분에 옮기는 걸음마다 푹신한 융단 위를 걷는   “쑥입니다. 마른 쑥은 뜸을 뜨거나 겨울철 불씨를 옮길 때 사용
            기분이 든다. 뿐만 아니다. 자유롭게 부유하던 숲의 에너지가 응                               했다고 합니다. 쑥은 어린 싹일 때부
            축돼 땅 쪽으로 보다 가까이 내려온 느낌을 받는다. 보이는 것                                터 바짝 마를 때까지 무의미하게 존
            이 전부는 아니다.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면 보이는 세상, 원주                                재한 적이 없습니다. 쑥을 보면 선생
            우산초등학교 교원들이 청태산 치유                                                님과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나보다
            의 숲을 찾았다.                                                         타인이 잘됐을 때 행복해하는 부모
            “숲은 어느 계절이 가장 좋을까요?                                               님과 선생님이요. 쑥은 신경안정에
            꽃이 필 때일까요? 단풍이 들 때일까                                              도움을 준다고 하니 깊게 숨을 쉬어
            요? 바로 내가 숲과 만났을 때입니다.                                             향을 가슴 속에 담아보세요.”
            지금 내가 있는 조건에서 최고 좋은                                               오르막길 사이로 작은 쉼터가 나온
            것을 누리려고 노력한다면 지금 이                                                다. 그리고 명상이 시작된다. 눈을 감
            순간이 가장 행복한 거겠죠. 숲에 마                                              고 온몸으로 볕을 받아들이고 숲의
            음을 내어주고 가슴 깊이 숲을 느껴                                               냄새를 맡고 숲의 소리를 듣는 시간
            보세요.”                                                             이다. 숲의 아주 작은 움직임까지 가
            낮은 기온에 몸의 부피를 최대한 줄                                               슴에 새겨진다.
            이고 신체를 보호하려는 사람들 모습
            이 잎을 떨구고 기나긴 겨울에 대비                  “자랑거리를 꺼내는 시간입니다. 동그랗게 선 상태에서 실타래
            하는 겨울나무와 닮았다. 어깨가 한                  를 풀어가면서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해보겠습
            껏 움츠러든 사람들을 위해 ‘청태산 호랑이’로 불리는 황범순    니다.”
            산림치유지도사가 숲에 들어서기 전 준비운동으로 ‘나무지팡이     ‘어려서부터 가장 가기 싫은 곳이 치과였는데 최근 용기를 내서
            체조’를 소개한다. 나무지팡이로 땅을 짚고 걷기도 하고, 어깨에  치과에 다녀왔습니다’ ‘최근 출근길에 아파트 근처에서 폐지 줍
            두르고 좌우로 움직여 보면서 신체의 주파수를 자연에 맞춰본     는 분을 도운 일이 있습니다’ ‘홀로 계신 장모님 댁에 가서 아내
            다. 그러면 몸이 기지개를 펴게 된다.                와 김장을 담갔습니다. 힘들었지만 뿌듯했습니다’ ‘지역아동센
            “나무지팡이를 잡고 걸었을 뿐인데 시원해지는 것 같죠? 나무    터에 다니는 조손가정 아이들의 공연장에 가서 힘을 주고 왔습
            는 사람과 더불어 오랫동안 살아왔습니다. 나무의 일생도 사람    니다’ 등등. 사소하지만 따뜻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람들 사이
            의 일생과 많이 닮았고요. 그래서 숲에 오면 편안하게 느껴지는   로 실타래가 거미줄처럼 얽혀간다. 숲이 평화롭고 안정감이 드
            겁니다. 숲의 에너지를 느껴보세요.”                 는 것은 보이지는 않지만 얽힌 실타래처럼 숲의 구성요소들이
            몸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고 드디어 숲으로 들어간다. 오솔길은    뒤섞여 살면서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자기 역할을 다하기 때문
            낙엽에게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바늘처럼 길고 가는 일본잎갈    이라는 황범순 산림치유지도사의 해설이 뒤따른다. 얽힌 실을
            나무 낙엽 위에 바짝 마른 신갈나무 낙엽이 덮여 걸음을 옮길    되감으며 덕담이 오간다. 더 따뜻하고 푸근해진 공기가 사위를
            때마다 바스락 맛있는 소리를 낸다. 중년의 교원들은 숲에 관한   채운다.
            유년의 추억을 떠올린다. ‘불쏘시개로 사용하던 귀한 낙엽’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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