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에코힐링 13호(2016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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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병에 걸리면
사람이나 동물과 똑같습니다.
어디가 아픈지 진단을 내리고,
이에 맞는 처방을 내려
치료를 해야 합니다.”
서울대 수목진단센터에서는 산림청 지원으로 수목건강관리 기술자료를 꾸준히 발간하여 다. 보통 겉으로 드러나는 식물의 증상을 살펴본 후, 기존
무료로 배포해오고 있다. 에 동일한 피해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고, 잎에 남아 있는
영양분을 분석하는 엽분석이나 토양검사 등을 실시하는
수목치료가 현장경험과 전문역량이 필요한 이유 데,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최소 15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
서울대 수목진단센터에 들어서자 전화벨이 울린다. 평택에 있는 소나무 잎이 갑자 되어 시급한 경우엔 현장에서 바로 진단해야 한다. 특히
기 노랗게 변해 죽어간다는 다급한 내용이었다. 침착한 표정으로 상황을 전해들은 조경수 관리자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평소 관리 상태에 문
이경준 교수는 소나무의 나이와 식재 위치, 비정상적인 상태, 관리현황 등을 물어보 제가 있거나 기후변화 등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정확
며 꼼꼼하게 체크한다. 전화 또는 인터넷으로 때로는 직접 방문하는 사람들로 늘 분 한 진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 수목진단센터는 일반 병원과 다름없는 바쁜 일상이 이뤄지고 있었다. “한번은 속리산 정이품송이 솔잎혹파리로 죽어간다고 연
“식물도 병에 걸리면 사람이나 동물과 똑같습니다. 어디가 아픈지 진단을 내리고, 락이 왔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무척 심각했습니다. 솔잎
이에 맞는 처방을 내려 치료를 해야 합니다. 식물이 아픈 경우는 해충이 있거나 전 혹파리 피해도 심했지만, 나무 밑동이 60cm 깊이로 묻혀
염병에 걸렸거나 아니면 환경, 기후 등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생리적인 문제 때문입 서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덮고 있던 흙을 파헤치고, 외과
니다. 해충의 경우는 피해흔적과 배설물로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전염병이나 시술 및 약 처방을 내려 겨우 살려냈습니다. 문화재로서
생리적 문제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현장 경험을 바 소중한 자산을 잃을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지요.”
탕으로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경준 교수는 540년이나 된 회화나무를 살려낸 사례도
이경준 교수는 사람이나 동물은 혈액 검사나, 초음파,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진단을 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도로포장 공사를 하며
리기 위한 데이터가 많지만, 식물은 대부분 증세만 있어 원인 파악이 무척 어렵다고 한 나무 주변에 계속 흙과 아스팔트가 쌓여 뿌리가 썩어가고
있었던 것. 심각성을 깨닫고 외과 수술과 썩은 부위를 도
려내 치료하고 인공 수피로 메워 미장을 했다. 줄기에 기
둥도 세우고 주변의 흙도 다 파낸 후 회화나무는 비로소
생기를 되찾았다. 지금도 근처를 지나며 싱싱하게 살아난
나무를 보면 보람이 느껴진다고 한다.
산에서 도시로 내려온 수목생리학자
“원래 제 전공은 수목생리학입니다. 햇빛, 온도, 토양 등 나
무가 잘 자라는 산림 환경조건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1960
년대 전쟁 후 황폐해진 산림을 복구하고자 선택한 전공이었
습니다. 체계적인 녹지산림정책으로 점점 산림이 우거지는
것을 보고 보람도 느꼈습니다. 동시에 비정상적인 환경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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