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1. 에코힐링 34호(2022년 봄)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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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숲 여행





 배흘림기둥으로 알려진 한국의 미  1                                             3      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12채의 고택 외에도 정자,
 ‘부석사’                                                                   물레방아, 원두막, 대장간 등의 민속 시설과 강학당
                                                                         이 있어 한옥마을의 곳곳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봉황산 중턱에 있는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                                              따뜻한 봄날, 우리 고유의 정신을 기리며 선비들의

 (676)에 의상대사가 왕명을 받들어 화엄의 가르침                                            삶을 체험하는 것은 어떨까?
 을 펼치던 곳이다. 무량수전 뒤에는 ‘부석(浮石)’이
 라고 새겨진 바위가 있다. 『송고승전』에 있는 설화를
 보면,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그를 흠모한 여인 선묘가 용으로 변해 의상대사
 가 절을 지을 수 있게 도왔다고 한다.                                                   강을 따라 시간이 머무는 곳
 부석사의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목조                                               ‘무섬마을’

 건물 중 안동 봉정사 극락전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건물로서 고대 사찰 건축의 구조를 연구하는 데 매                                             내성천이 감싸고 흐르는 무섬마을은 내륙의 섬이
 우 중요한 사료가 되고 있다.                                                        라 불린다. 조지훈이 그의 시 '별리(別離)'로 아름다
 부석사에서 가장 뛰어난 경관은 안양루에서 볼 수                                              움을 노래했을 정도로 수려한 자연경관을 품고 있
 있다. 안양루 아래로 펼쳐지는 경내 여러 건물의 지                                            다. 무섬마을 입구에서 제일 먼저 마주하는 외나무
 붕과 멀리 소백산의 연봉이 한눈에 들어와 소백산                                              다리는 성인 한 명이 겨우 발을 디딜 수 있는 너비
                                1          부석사
 맥의 산과 들이 마치 정원처럼 느껴진다. 옛 선인들  2                                         다. 1983년 콘크리트 다리인 수도교를 놓을 때까지
                                2         영주 선비촌
 이 이곳 안양루에서 많은 시문을 남긴 것도 이런 풍   3        무섬마을                            300년 넘게 무섬마을과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유일
 광 덕분인 듯하다.                                                              한 길이었다. 하지만 해마다 장마가 지면 다리는 내

 부석사 당간지주 인근 길은 은행나무와 사과나무가                                              성천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기 일쑤였고, 무섬마을
 줄지어 서 있어 전국에서도 아름다운 길로 손꼽힌                                              사람들은 그때마다 다리를 새로 놓으며 바깥세상과
 다. 유홍준 교수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소백산 자락에서 만나는 선비의 얼                      연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조선 최고의 명상로’라고 말했을 만큼 아름다운 풍    ‘영주 선비촌’                                무섬마을은 반남 박씨와 선성 김씨의 집성촌으로
 경을 자랑한다.                                                                유서 깊은 전통 마을이다. 그 중 아도서숙(亞島書塾)
                                 선비촌은 조선 시대의 전통 가옥을 복원하고 생활              은 일제강점기인 1928년 해우당의 증손자인 김화
                                 상을 재현하여, 유교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학습할             진(金華鎭)이 세운 학교로 무섬마을의 자랑이다. ‘아
 2                               수 있도록 영주시에서 지은 테마파크다. 기와집 7가            도’는 ‘아세아 조선반도 내 수도리’의 줄인 말이고,
                                 구, 초가집 5가구, 누각 1동, 정사 2동, 정려각 2동,       ‘서숙’은 옛날 서당을 가리키는 말인데 ‘모임의 장소,
                                 성황당 1동, 곳집 1동, 원두막 1동, 저잣거리 등으로         배움의 장소, 단결의 장소’이자 지역 항일운동의 거

                                 구성되어 있다. 바로 옆에는 소수서원이 있어 선비             점이었다. 아도서숙은 개교 5년 만인 1933년 일제
                                 촌과 함께 찾는 이들이 많다.                        에 의해 불태워졌으나, 2014년 마을 사람들의 증언
                                 선비촌의 중심을 이루는 한옥들은 제각기 색다른               과 자료를 토대로 복원되었다.
                                 테마를 가지고 운영된다. 수신제가, 입신양명, 거무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마
                                 구안, 우도불우빈 등 옛 선비들이 가지고 있던 청렴            을인 무섬마을. 전체 가옥 중 38채가 전통 고택이
                                 한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다. 고택에 따라 윷놀이,            고, 16채는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사대부 가옥으로
                                 제기차기, 장작 패기, 지게 지기, 새끼 꼬기 등 전통          다채로운 옛 집들을 만날 수 있다.



 ECO HEALING  2022 SPRING  VOL_34                                                                      16ㅣ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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