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에코힐링 13호(2016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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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유일한 길’인 뤄숴를 그때 불쑥 불청객이 나타났다. 이제 막 도시에서 교생 실습을 온 젊은
둘러싸고 펼쳐지는 한 남매의 이야기 여선생, 니에(차오시위엔 扮). 그녀는 안쓰러운 마음에 도둑 수업을 듣
속에는 ‘인권’이라는 핵심 키워드가 는 와와를 불렀지만, 이를 알 리 없는 아이는 곧장 집으로 줄행랑을
자리 잡고 있다. 쳐버린다.
두 사람은 곧 와와의 집에서 재회했다. 학교 아이들에게 장화와 양말을
나눠주기 위해 가정방문한 니에 선생 눈에 와와가 걸려든 것. 몰래 강
을 건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와와를 호되게 혼내고, 와와는 누
나가 받은 빨간 장화를 주면 다시는 몰래 강을 건너지 않겠다며 어깃장
을 놓는다. 결국 장화는 와와의 품에 안기지만, 밤새 마음이 편치 않았
던 와와는 슬리퍼를 끌고 학교에 가는 누나에게 장화를 돌려준다. 때로
운명은 얄궂기 그지없다. 하필 그날 남매에게는 예기치 못한 시련이 기
다리고 있었던 것. 슬픔을 극복하며 와와는 위험천만한 뤄숴를 대신할
안전한 다리가 누강 위에 세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학교 가는 유일한 길’인 뤄숴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한 남매의 이야기
속에는 ‘인권’이라는 핵심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안전하게 학교에
가는 것, 이 소박하고도 당연한 권리를 누릴 기회조차 없는 두메산골
아이들을 향한 깊은 미안함과 통렬한 반성이 영화 면면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영화가 개봉한 뒤 중국 정부는 서둘
러 누강 곳곳에 다리를 설치했다. 관객들의 기부에 의해
세워진 다리도 여럿이다. 나샹과 와와, 그리고 이들을 탄
생시킨 펑천 감독이 만들어 낸 작은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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