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에코힐링 13호(2016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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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음악 예술의 산실, 비너발트  앞서 말했듯 비너발트는                  저명한 음악학자 빅토르 주커칸들(Victor Zuckerkandl)은 “오스트리아의
                                                 자연경관은 음악을 통해서 표현되고 있고, 음악을 통해서만이 자연경
                   음악 예술의 산실이다. 이                관을 감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비너발트와 빈의 음악
                                                 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짚은 것이다. 빈이 ‘음악 수도’
숲이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자료들이 곳곳               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주커칸들이 말한 것과 같이 유수의 음
                                                 악가들을 잉태할 수 있게 해준 아름다운 숲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에 남아 있는데, 베토벤이 대표적인 비너발트의 수혜자다.                  그 숲, 비너발트 속에서 인류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 탄생한 것이다.
                                                 지구상에서 단일 생명으로 가장 몸집이 크고, 가장 키가 크며, 가장
베토벤은 자연 가운데 서면 음악적 상상력이 샘솟았던 작곡가였다.              오래 사는 것은 나무다. 이러한 특징만으로도 나무는 우리를 치유한
                                                 다. 숲은 그러한 나무들로 이뤄진 곳이다. 우리는 숲이 단순한 나무
1808년에 작곡한 6번 교향곡 <전원>은, ‘자연에서의 삶’을 음악적으로        의 군집, 그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형이상
                                                 학적 가치로 승화될 때 한 도시민의 정신적 삶을 고양시키고, 더 나
표현한 작품이다. 베토벤은 이 곡을 작곡할 때 빈 근교의 하일리겐슈            아가 국가와 민족을 하나로 묶는 원대한 힘을 발휘한다. 뿐만 아니라
                                                 피부색,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여 세계인의 가슴을 울리는 치유 에너
타트(Heiligenstadt)에서 머물고 있었다. 그는 난청으로 고통스러울 때     지를 발산하기도 한다. 비너발트는 이러한 나무와 숲의 위대한 역할
                                                 을 몸소 보여주며, 세계 도시 숲의 표본으로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마다 비너발트를 찾아 심신을 안정시키고 곡을 완성했다. 제1악장은

‘시골에 도착했을 때 상쾌한 기분에 젖어’라는 표제가 붙어 있는데, 유

쾌한 자연 체험의 분위기가 넘실댄다. 제2악장인 ‘시냇가의 풍경’은

가장 숲의 풍경에 가깝게 표현되어 있다. 곡이 완성된 지 15년이 지난

뒤인 1823년, 전기 작가 안톤 쉰들러(Anton Schindler)와 함께 하일리

겐슈타트로 산책 갔을 때 베토벤은 이렇게 말했다. “바로 여기야, 내

가 ‘시냇가의 풍경’을 묘사한 곳이. 골드암머는 저기 저 위에 있고, 그

주위를 메추라기, 나이팅게일, 뻐꾸기가 같이 지저귀고 있지.”

바로 그 숲, 비너발트(Wienerwald)
속에서 인류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 탄생한 것이다.

                                                 비너발트의 너도밤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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