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에코힐링 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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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찾은 행복











 숲에서 찾은        는 하릴없이 반대편 숲 속을 어슬렁어슬렁 산
               책을 했다. 한동안 듣지 못했던 새소리, 바람
 제2의 꿈         소리, 솔향이 내 귀와 코를 자극했다. 마치 50

               여 년전 시골 외가댁 가는 길에서나 맛보고 느
 2014년부터 매년 산림교육·치유 체험수기 공모전을 통해 숲에서 건강과 행복을 찾은
               끼던 상쾌함이 몰려왔다. 그날 밤 나는 평소와
 따뜻한 이야기를 공유, 전파해오고 있다. 이번에는 숲에서 제2의 꿈을 찾은 김경엽 씨 이야기를 소개한다.
               는 다르게 한 번도 잠에서 깨지 않고 새벽녘까
 글+사진 김경엽 제6회 산림교육·치유 체험수기 공모전 대상 수상자
               지 푹 잠을 잤다. 그날 이후 나는 암내를 맡은
 ‘숲’하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미국의 시인 로베르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수놈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스스로 숲을 찾았
 Not Taken)’이다. ‘숲길’을 ‘인생의 길’과 견주어 자신이 선택했던 ‘길’을 단순히 이것이냐   다. 발길 닿는 곳이 어느덧 숲인 경우가 많아
 저것이냐의 이분법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오히려 깊은 회의(懷疑)와 겸허한 자세로 삶의   졌다.

 진정한 의미를 포착하려 노력한 걸작이다. 프로스트가 숲을 세상과 비유하고 그 속에 난   이제 투석을 시작한 지 만 6년을 넘겼다. 며칠 전에는 그동안 치료해준 주치의에게 감사
 길을 인생 행로로 비교했듯이 숲은 사람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요, 모든 생명체에게  의 꽃다발을 건넸다. 꽃다발을 받으며 겸연쩍어 하는 주치의도 “이렇게 건강한 투석환자
 는 어머니 모태와 같은 존재다. 그 숲을 아끼고, 즐기며, 때로는 인생의 멘토로 생각하는   는 처음 본다”며 내게 ‘가짜 환자’라는 별명까지 지어줬다. 더불어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른다. 내게도 숲은 언제부턴가 앞으로도 끝임 없이 함께   다 “그 비결이 뭐냐”며 웃곤 한다. 나는 며칠 전 병원과 주치의를 졸라 투석실 환자와 보
 부딪치고 때로는 위안을 주며, 호흡해야 할 그런 공간이 됐다.  호자 20여 명과 숲 나들이를 다녀왔다. 이것이 비결이라며 온몸으로 증거하고 싶었기 때
 숲은 내게 우연찮게 다가왔다. 바로 숲해설가로 일하고 있던 집사람 때문이다. 나는 젊은   문이다.
 시절 대부분을 사건과 사고, 갈등과 분쟁,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이 짓누르는 가운데 보  이제 곧 내게도 뇌사자장기기증 순서가 돌아올 듯하다. 기증을 받기위해 등록한지가 만 5
 냈다. 기자로서 현장을 열심히 뛰었고 40대 중반에 언론사의 꽃이라는 편집국장을 지냈  년을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때때로 이식 수술 후 제2의 직업으로 무엇을 할
 다. 하지만 그런 의욕 뒤에 언제나 따라다니는 것은 지친 몸과 마음의 병이었다. 쉰이 채   것인가를 고민하곤 한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에다 무엇보다 숲이 주

 되기도 전에 인생의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말기신부전이라는 병이 찾아와 혈액투석을 받  는 효능에 대해 알리고 싶어 숲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야 하는 지경이 됐다.  특히 전공과 장기를 살려 ‘숲 인문학’이라는 또 다른 숲길, 가지 않았던 새 길을 가보려 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세상을 살던 내게 투석이라는 병은 밧줄로 겹겹이 묶인 버드독보  다. 숲에서 시와 수필, 그리고 소설 속의 숲을 이야기하는 이야기꾼으로 남고 싶다. 문학
 다 못한 신세로 만들었다. 1주일에 3번씩, 한번에 4시간씩의 투석은 한동안 옆을 뒤돌아  을 논하고 음악을 듣는 자리에 여러분들도, 숲 속의 동물들도 초대하고 싶다. 숲과 사람
 볼 여유도 주지 않았다. 투석을 받기 시작한지 2년여째 되던 날이었다. 숲해설가로 활동  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숲 인문학의 전도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프로스트의 시처럼 “그
 하고 있던 집사람이 갑자기 운전을 부탁했다. 운전을 하지 않은지가 2년도 훨씬 지난 시  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하고 싶다.
 점이어서 두려움 반, 설렘 반인 심정으로 차를 몰았다. 도착한 곳이 바로 집사람이 숲해  숲으로 처음 발길을 닿게 해주고, 수기 공모전 소식을 출력해 내밀던 ‘사회적협동조합 숲

 설을 하는 수목원이었다.  과 사람’의 박희경 대표에게 수상의 영광 모두를 돌린다. 그리고 친 오빠를 돌보듯 치료에
 병든 남편 옆에 하루 종일 있으면 아픈 사람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 숲해설을   전념해 준 포항 세명기독병원 신장내과의 허인경 진료부장과 인공신장실 간호사, 졸작을
 다시 권했었다. 집사람이 20여 명의 수목원 탐방객들을 안내하며 숲해설을 하는 동안 나  대상으로 뽑아준 심사위원들에게도 이 기회를 빌려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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