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1. 에코힐링 34호(2022년 봄)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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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동화







                                                                                                                                         보조 선생님들이 이름이 적힌 명찰을 나눠주었다. 그것을 가슴에 달자마자 숲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작가 선생님은 길가에 있는 풀을 보면, 멈춰서 아이들에게 설명해주었다.
                                                                                                                                         “요것은 메꽃이라는 풀인데, 꽃이 나팔꽃이랑 비슷해요. 옛날 아이들은 송장 나팔꽃이라고도 불렀어
                                                                                                                                         요. 이 풀이 돌무덤 주변에 많거든요. 그리고 야생고구마라고도 불렀어요. 실제로 어렸을 때 나는 친구
                                                                                                                                         들이랑 숲속 모험을 떠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걸 캐서 구워 먹었어요.”

                                                                                                                                         “진짜요! 이것을 캐서 구워 먹었다고요? 그럼 선생님은 숲속에서 살아남기 책을 쓰시면 되겠네요!”
                                                                                                                                         작가 선생님만큼이나 깡마르고 아주 작은 남자아이가 말하자, 선생님이 생으로도 먹는다고 하였다. 다만
                                                                                                                                         생으로 먹을 경우,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누구 하나 그것을 캐려고 하지 않았다. 수채가 가만히 보니까 뿌리를 캐는 연장을 가진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수채는 혹시나 하고 등에 멘 가방을 열었더니, 장갑이랑 모종삽이 세 개나 나왔다. 깡마
                                                                                                                                         르고 키가 작은 아이가 가장 먼저 다가와서 모종삽을 빌려달라고 했다. 나머지 두 개도 아이들이 빠르
                                                                                                                                         게 낚아챘다.
                                                                                                                                         깡마른 아이의 이름은 시정이었다. 시정이는 엄청 빠른 속도로 메꽃 뿌리를 캐더니,

                                                                                                                                         “나한테 모종삽을 빌려준 수채한테 이 뿌리를 줄 거야!”
                                                                                                                                         하고 소리치자, 주위에서 “오오!”하고 소리쳤다. 수채는 그 뿌리를 받아 비닐봉지에 넣었다. 숲으로 갈
                                                                                                                                         때도 시정이가 옆에서 도와주었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크게 힘들지 않았다. 숲에 들어간 뒤로는 전혀
                                                                                                                                         도움을 받지 않았다.
                  수채는 아파트를 나서면서 다시금 짜증을 냈다.                                                                                              “자, 이건 싱아라는 풀입니다. 선생님이 여러분들만 했을 때 가장 좋아한 풀이지요. 들이나 산에다 놀다가 배
                  “엄마, 거기 꼭 가야 돼?”                                                                                                       고프면 이걸 꺾어서, 씹어 먹었지요. 그 옆에 있는 것은 수영이라는 풀인데, 역시 신맛이 나는 풀이지요.”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다친 후유증 때문에 걷는 것을 싫어하게 된 수채는, 숲에 간다고 생각하니까 엄
                  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엄마는 괜찮다고만 하였다.
                  “너 어렸을 때는 숲에 가면 날아다녔어. 근데 뭐가 두려워.”
                  엄마는 옛날 아이들이 군것질하듯 심심풀이로 뜯어먹고 놀았던 풀에 대해서 알아보고 노는 거니까 즐겁

                  게 다녀오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풀을 뜯어서 먹으러 간다는 뜻이다. 채소를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수
                  채로서는 더욱 내키지 않았다. 토끼도 아닌데, 굳이 옛날 아이들이 뜯어먹었던 풀을 알 필요가 있을까.
                  이래저래 짜증만 났다.
                  아파트에서 20분쯤 달리자 산속 마을이 나왔고, 구불구불 길을 따라 골짜기로 올라가자 작은 학교가

                  나왔다. 그 학교 운동장에 십여 명의 아이들이 모여있었다.
                  자주색 모자를 쓴 작가 선생님이 아이들 앞으로 걸어왔다. 깡마르고 키가 호리호리했으며,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자, 조용조용. 오늘은 초등학교 5학년 친구들 열다섯 명이 모였어요. 어제 선생님이 학교 뒤편 숲을 답

                  사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풀들이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내가 가면서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풀이나 이
                  파리, 그리고 아이들이 뜯어먹었던 풀에 대해서 알려줄 거예요...”





          ECO HEALING  2022 SPRING  VOL_34                                                                                                                                                                                 32ㅣ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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