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36호) 에코힐링 가을호 단면_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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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동화
달팽이 17호의 가을 여행
글 : 전현정 / 그림 : 강하영
여름의 한가운데, 숲은 밤새 불이 꺼지지 않 아 먹고 기운을 낸 참매미는 더 큰 소리로 울
는 놀이공원이에요. 면서 짝을 찾고, 매미 소리에 질 새라 청개구
배초향 꽃에 자리 잡은 호랑나비는 떠날 줄 리도 울음주머니를 한껏 부풀리며 목청을 높
을 모르고, 곤충의 애벌레들은 푸릇푸릇한 식 여요. 낮 동안 나무 틈에서 잠을 자던 박쥐는
물의 잎을 열심히 갉아먹으며 하루가 다르 기지개를 펴며 모기와 나방 사냥에 나서요.
게 몸에 살이 올라요. 청딱따구리는 하루에도 “달팽이한테 패각은 생명이나 다름없어. 높
몇 번씩 나무 구멍 속 아기들에게 먹이를 집 은 데서 떨어지면 금이 갈 수도 있고, 부서질
어 나르고, 썩은 나뭇잎 사이로 살포시 고개 수도 있으니까 항상 조심해야 해. 특히 17호,
를 내민 냄새무당버섯 옆에는 먹이를 찾아 나 산까치 둥지 있는 큰 나무 근처에는 절대 가
선 다람쥐 한 마리가 찾아와 킁킁 냄새를 맡 지 마.”
아요. 엄마 달팽이는 늘 형제들에게 당부했어요. 참,
밤이 되어도 숲은 여전히 바빠요. 나무즙을 빨 17호 달팽이가 저예요. 엄마 앞에선 그러겠다
ECO HEALING 2022 AUTUMN VOL_36 36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