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36호) 에코힐링 가을호 단면_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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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다짐했지만 한번 맛본 꾀꼬리 버섯 맛은                   애벌레 99호가 말했어요.
                            잊을 수가 없었어요. 결국 부지런히 기어서                   “며칠 안 본 사이 네 몸에 갈색 무늬가 더 선
                            돌참나무 아래 나만의 비밀 장소에 도착했어                   명해졌네. 꼭 갈색 뱀 눈을 닮았어.”

                            요. 나무 둥지 아래 축축한 풀 사이로 돋아난                 “정말 내 몸 색깔이 변했어? 나도 내 몸을 볼
                            황금색의 샛노랗고 연한 노란 꾀꼬리 버섯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한 입 깨무는 순간 달근한 향과 맛이 온몸으                  애벌레 99호가 자신의 몸을 살펴보려는 듯 이

                            로 퍼졌어요.                                   리저리 꼼지락거리는 사이, 나는 버섯과 참나
                            “달팽이 17호 너 또 왔구나. 그러다 산까치 눈               무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나뭇잎 위에 자리를
                            에 띄면 어쩌려고?”                               잡고 살포시 잠에 빠졌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돌참나무 잎을 갉아 먹고 있던 친구 애벌레                   다음날도 변함없이 숲에서의 하루가 시작될

                            99호가 알은척을 했어요.                            것이라고 믿었지요.
                            “걱정 마, 달팽이가 집을 왜 가지고 다니겠니?                그날 새벽 지나가는 소나기가 내리는가 싶더

                            이래 봬도 우리 할아버지 달팽이는 곤줄박이                   니, 몇 날 며칠 동안 쉬지 않고 장대비가 퍼부
                            가 부리로 덥석 물었는데도 꼼짝 않고 죽은                   었어요.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비에 휩쓸
                            척해서 살아남은 걸. 그리고 우리 달팽이는                   려 내려갔어요. 풀들은 뿌리째 뽑혀 나뒹굴었
                            가끔 새 깃털에 붙어서 바다 건너 공짜 여행                  고, 흙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던 나이 많

                            도 다닌다고.”                                  은 상수리나무도 휘청했어요. 나무 구멍에 아
                            “바다를 건너는 달팽이가 있다더니 그 말이                   기 새를 넣어 둔 오색딱따구리는 아기 새 걱
                            진짜였구나.”                                   정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깃털을 말릴 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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