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36호) 에코힐링 가을호 단면_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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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졌어요. 떨어진 가지에 달린 도토리에는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도토리를 물고 가던 다
바늘구멍만한 구멍이 나 있었어요. 표고버섯 람쥐에게 물어봐도 소식을 통 알 수 없었어
옆에 앉아 가만히 지켜보니 도토리거위벌레 요. 애벌레 99호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가 긴 주둥이로 덜 익은 도토리에 구멍을 낸 혹시 큰 비에 휩쓸려 간 걸까요? 그런 생각을
뒤 가지를 잘라 떨어뜨리고 있었어요. 하니 갑자기 우울했어요. 그때 긴꼬리제비나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비 한 마리가 나풀거리며 날아와 바위에 앉았
내가 도토리거위벌레를 향해 소리쳤어요. 어요. 검은색 날개에 붉은 초승달 무늬가 있
“도토리 안에는 내 알들이 들어있어. 도토리 어 마치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것처럼 우아한
과육을 먹고 자란 알들이 애벌레가 되면 도토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리를 뚫고 나와 땅 속에 들어가 추운 겨울을 “혹시 제 친구 애벌레를 봤어요? 초록색 몸에
날 거야. 어린 애벌레가 높은 나무에서 땅속 뱀 같은 호랑 무늬가 있는데.”
까지 가려면 힘드니까 미리 가지를 잘라 수고 긴꼬리제비나비는 대답 대신 내 옆을 나풀거
를 덜어주는 셈이지. 그런데 너는 여기서 뭘 리며 빙빙 돌았어요.
하고 있니?” “달팽이 17호. 나야 나. 내가 애벌레 99호라
“친구를 찾고 있어요. 초록색에 뱀 눈 같은 무 고.”
늬가 있는 애벌레인데 혹시 봤어요?” 초록색 꼬물이 애벌레가 이렇게 아름다운 나
도토리거위벌레는 고개를 저었어요. 다시 애 비가 되다니 믿을 수 없었어요. 애벌레 99호
벌레 99호를 찾아 나섰는데, 뭔가 이상해요. 아니, 긴꼬리제비나비와 나는 그동안 있었던
여름 내내 밤낮으로 울던 매미소리가 사라지 일을 얘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그
고, 메뚜기와 귀뚜라미 소리가 숲을 가득 채 사이 숲에 노을이 지기 시작했어요. 노을은
워요. 귀뚜라미에게 애벌레 소식을 물었지만 가을 숲을 더 붉게 물들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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