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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치유일지
잇는 무장애나눔길을 만들어 누구나 공평하게 숲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한 덕분이었다. 친구와 나의 첫 무장애 숲 여
숲은 고마운 존재다. 품고 있는 모든 것을 기꺼이 우리에
행은 통영 정량 무장애나눔길이었다. 숲을 향해 반갑게 손을
게 내어주고, 세상을 푸른 에너지로 채워준다. 그래서 숲
흔드는 친구의 표정이 눈부시게 빛났고, 데크로드로 들어서
에 가면 저절로 생기가 넘치고 숲을 닮아가게 된다. 숲만
는 몸짓이 경쾌하게 느껴졌다. 좌우로 우거진 나무들이 사방
큼 좋은 휴식공간이 없는 셈이다.
에서 초록빛을 발산해 초록양탄자를 타고 나는 것 같다고 했
다. 가파르지 않고 평평한 목재 데크로드를 본 순간 내 마음도
계단이 없고, 부드러워졌다.
장애가 없고, 데크로드를 지나 평평한 황톳길을 따라 걸었다. 노란 황토
와 길가에 피어난 풀잎들이 포근함을 더했고, 거대한 나무들
차별이 없는 길 이 싱그러운 그늘을 만들어주어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걸어
온 길을 내려다보니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조성된
길이어서 그런지 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통영 무
장애나눔길은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누구나 평등하게 걸을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을 통해 마주한 수 있는 길이었다. 약 733m의 길에 교통약자인 친구가 불
공평한 숲, 아름다운 세상 편함을 느낄 만한 장애물이 전혀 없었다. 특히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포함된 깨끗한 공기, 아름다운 바다 풍경 등을 모
두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길을 조성했다는 점에 탄성
김경진 (2022년 녹색자금 사업 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이 절로 터져 나왔다.
통영 무장애나눔길에서 좋은 추억을 쌓은 우리는 얼마 전에
나에게 숲의 매력을 알려준 건 20년지기 친구였다. 그 친구 는 인천 남동구 만수산 무장애나눔길에도 다녀왔다. 만수산
와는 대학교 1학년 때 같은 과 동기로 만났는데, 하지마비 장 무장애나눔길은 총 길이 2,230m로 전국에서 가장 긴 무장
애인의 몸으로 매사 삶을 긍정적으로 사는 멋진 사람이었다. 애나눔길이었다.
친구에게는 멋진 취미가 있었는데, 바로 수목이 우거진 숲에 입구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노인, 임산부, 장애
가서 시를 쓰고, 짙은 숲의 향기를 맡고, 숲에서 들려오는 소 인, 유모차 표시물이었다. 일반 보행자뿐만 아니라 보행약자
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었다. 친구는 내게 숲으로 들어가서 나 층이 안전하게 숲을 거닐며 산림체험을 할 수 있도록 조성한
무를 향해 호흡하고, 녹음을 바라보며 마음을 정화하는 법을 길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만수산은 해발 201m지만
알려주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는 친구 입장에서는 숲에 오 등산로가 가팔라 방문객이 적었는데, 무장애나눔길이 조성
르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숲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온전히 느 된 후에는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했다.
끼기 어렵다며 늘 아쉬워했다. 전 구간을 경사도 8% 미만의 낮은 경사로 조성한데다가 등
산로 폭도 2m로 넓게 만들어서 휠체어를 타고 가기에 불편
친구에게 희소식이 들려온 건 2016년 즈음이었다. 전국 산과 함이 없었다. 특히 데크로드의 코너 부분을 넓게 만들어 휠체
숲에 무(無)장애나눔길이 생겨 장애인도 큰 어려움 없이 마음 어를 타고 코너링을 할 때도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새소리를
껏 숲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복 들으며 쉬엄쉬엄 한 시간여를 오른 끝에 우리는 만수산 정상
권기금인 녹색자금을 활용해 전국에 보행 취약자와 산림을 에 섰고, 그곳에서 만수 8경인 남동구 전경과 마주했다.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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