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에코힐링 5호(2014 겨울호)
P. 30

2014 vol.5                                                                                                                28
                                                                                                                          29

            지난 2012년 10월, 어머니께서 제 왼쪽 목에 4~5cm 정도 튀어나온 혹을 발견하셨습니다. 즉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저는 ‘비인두암’이라는 희귀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 제 나이 마흔 하나.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자책하다가, ‘치료가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을 텐데’라는 공
            포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가 시작되자, 우려한대로 탈모가 찾아왔
            고 메스꺼움에 밥을 먹지 못하고 구토만 했습니다.

            2013년 3월 고통스러웠던 병원치료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병원치료 후 부모님께서 계시는 고
            향 경북 영덕으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막상 고향에 내려가려고 하니까 열정적으로 해왔던 공
            인노무사 일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 때 ‘건강을 위해서 모든 걸 내려
            놓고 떠나자. 나 아니어도 세상은 멈추지 않는다’라며 애써 스스로를 위안해야 했습니다. 고향
            으로 내려가는 이삿짐 차에서 그 동안 공들였던 인생 탑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
            했습니다.

            고향에 내려와서 한 달 동안은 밥도 물도 제대로 넘기질 못했습니다. 두 달째부터는 밥도 먹게
            됐고 외출도 가능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동네 어귀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러다가 소나무가 많
            고, 길도 험하지 않은 산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소나무 산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
            는 뒷산을 ‘소나무 병원’이라고 불렀습니다. 소나무를 의사 선생님이라 생각하게 된 겁니다.

            등산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일을 핑계로 몸을 혹사시켰던 지난 생활, 폭음과 흡연으
            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던 지난 생활, 다른 사람들 의견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생활을 반성했
            습니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머리가 맑아지고, 지난 생활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등
            산을 하면서 몸이 회복되어 가는 느낌을 받았고, 자신감도 생겨났습니다. 병원에서도 정상 수치
            로 접어들고 있다는 얘기를 해줬습니다. 산은 면역력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숲의 매력에 빠져있던 2013년 7월, 지인의 소개로 숲 해설가 교육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나무,
            꽃, 새, 곤충 이름도 모르던 제게는 모든 것이 생소했습니다.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나무, 꽃, 새, 곤충, 땅이 이제는 저의 입을 통해
            서 새로운 존재로 살아났습니다. 교육기간 동안 나비잡기, 곤충잡기 등을 하면서 동심이 되살아
            나기라도 한 듯 웃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웃음이 제게는 어떤 약보다 약효가 좋다
            는 것을 느꼈습니다. 교육이 끝나던 올해 1월, 병원에서 완전히 회복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자 저는 새로운 고민에 빠져들었습니다. 암 발병 이전에 했던 공인노무사 일
            을 도시 가서 할 것인지, 아니면 고향에서 숲과 관련된 일을 새롭게 시작할 것인지… 공인노무
            사를 하는 게 경제적으로는 낫겠지만, 건강을 위해서 숲과 관련된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때마침 영덕 국유림관리소에 일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영덕 국유림관
            리소에 출근하게 됐습니다.

            저는 아직도 병원에 최소 4년 동안은 검사 받으러 가야 합니다. 하지만 숲이 있기에 걱정하지 않
            습니다. 지금도 암으로 고통 받고 있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많은 환우들에게 저처럼 숲과 더
            불어 등산하고, 독서하며, 운동하고, 명상하고, 숲 관련 교육도 받는 ‘숲 앓이’를 경험해보라고 권
            하고 싶습니다.

                                           이 글은 산림청과 녹색사업단에서 지난 1월 15일부터 2월 28일까지
                                           실시한 [산림치유 체험수기 공모전] 응모작입니다.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