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1. 에코힐링 34호(2022년 봄)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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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식물 돋보기





 숲의 천이(Plant succession)  이 과정은 100~200년 정도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천이(Succession)란 환경 변화, 영양분의 변화, 경
 쟁 등 다양한 생태적 원인에 의해 시간이 지나면서   1차 천이(Primary succession)는 삼각주, 사구, 새
 생물군집(Community)의 구성원이 변하는 과정을   로 생긴 화산섬, 용암류 등과 같은 군집이 없던 곳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군  에서 군집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건조하고
 집의 개체는 늘어나고 경쟁에서 뒤쳐진 군집은 수  척박한 땅에 지의류가 자라면서 수분함량이 증가
 가 줄어들거나 사멸하기도 한다. 숲도 마찬가지다.   하게 되고 이끼류가 자라기 시작한다. 이끼류가 자

 다양한 종이 자리를 잡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토양  라면서 토양이 발달하면 여러 종류의 한해살이풀
 의 깊이나 유기물 함량이 증가하고 토양 단면층의   이 자리를 잡는 초원이 형성된다. 이후 다년생 풀과
 분화가 일어난다. 식물군락의 계층 분화가 발달하  나무가 자라면서 숲이 형성되기 시작하는데 처음
 고, 수종도 크기가 작고 수명이 짧은 종에서 크기  에는 빛을 많이 받고 자라는 양수림(소나무 등)이
 가 크고 다년생(多年生) 종으로 바뀐다. 이렇게 숲  만들어진다. 양수림이 우거진 사이에 적은 빛으로
 의 천이는 특정한 지역이 한 식물 종에서 다른 식  도 잘 자라는 참나무 등이 자라면서 숲은 음수림으
 물 종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천이의 과정은   로 변한다.

 식물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미생이나 동물에 의해
 서도 진행되는데, 초기에 정착했던 생물들은 주변   2차 천이(Secondary succession)는 산불, 홍수와
 환경과 상호 작용하면서 새로운 다른 생물들이 살  같은 자연재해나 벌채 등으로 기존의 숲이 파괴된
 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어 순차적으로 천이  후 새로이 군집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과정은 1차
 가 진행된다.   천이와 유사하지만 1차 천이에서 형성되었던 유기  물과 식물의 종자들이 존재해 1차 천이보다 빠르게   무는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지는 큰키나무다.
            진행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벌               빛이 있는 쪽으로 몸을 틀며 자란 덕분에 울퉁불퉁
            채와 화재가 많았던 우리나라의 숲은 대부분 2차              한 줄기를 가졌는데 근육을 닮았다 하여 별명이 머
            천이로 만들어진 숲이라 할 수 있다.                    슬 트리(Muscle tree), 근육나무라고도 한다. 우리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천이
                                                    나라에서는 서쪽에서 잘 자라는 나무라고 해서 ‘서

            극상림(極相林, Climax forest)                 나무’로 불렸다가 서어나무가 되었다. 이른 봄 서어
 맨땅  한해살이 풀(냉이,   많은 양의 빛을 필요로   많은 양의 빛을   적은 양의 빛에서는
 꽃다지 등), 여러해살이   하는 작은키나무   필요로 하는 큰키나무  잘 자라는 나무  숲의 천이 과정 중 생태계가 기후 조건에 맞고 안  나무의 새순은 연둣빛이 아니라 아주 진한 붉은빛
 풀(망초, 쑥 등)  (개옻나무, 버드나무 등)  (참나무류)  (서어나무, 까치박달나무 등)
            정화된 숲의 마지막 단계를 극상림이라고 한다. 우             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봄꽃을 보는 듯한데 봄이 깊
            리나라에서는 경기도 포천의 광릉숲이 대표적인                어가면서 잎의 형태를 갖추고 고운 연둣빛으로 바
            데 갈참나무, 졸참나무, 서어나무 등이 식생하고 있            뀐다. 제대로 벌어진 잎새는 긴 타원형이며 가지런
            어 세계에서 유일한 온대 중부지역의 극상림이며               한 잎맥을 가진다. 꽃은 조금 늦게 개화를 하지만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 지역으로 등재되기             화려한 꽃잎은 없어 꽃인줄 모르고 넘어가기 쉬우

            도 했다.                                   며 열매는 포에 쌓여 층층이 포개어져 이삭 모양으
                                                    로 길게 늘어진 모습이다. 서어나무는 처음에는 작
            극상림의 주인공, 서어나무                          게 자라지만 햇빛이 부족한 음지를 견디며 키를 키
            서어나무의 학명은 카피너스 락시훌로라(Carpinus           워 어느새 숲을 차지한다. 서어나무는 매년 봄이 되
            laxiflora)인데 여기서 속명 Carpinus는 켈트어로 나    면 키 작은 나무들이 서둘러 꽃을 피운 후에 느긋
            무라는 뜻의 카(Car)와 머리라는 뜻의 핀(Pin)의 합        하게 잎을 만들어 그늘을 드리우며 작은 나무와 함
            성어로, 나무의 우두머리라는 의미가 된다. 서어나             께 숲을 지키고 있다.



 ECO HEALING  2022 SPRING  VOL_34                                                                      46ㅣ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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